[2018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쉰줄에 공돌이 / 성리현
쉰줄에 공돌이 / 성리현 아, 이 놈… 아니, 이 분이구나…. 말로만 듣던 반도체장비 스핀코터를 코앞에서 보니 나지막이 탄성이 흘러 나왔다. 가정집 전기밥솥보다 조금 큰 타원형의 모양새는 웅크리고 앉아 소꿉장난을 하던 유치원 시절의 딸내미를 연상시켰다. 은은한 회색빛 표면 맨 위에 있는 파란색 뚜껑은 확연히 도드라져 보였다. 뚜껑을 살짝 여니, 지름이 10센티 가량 되는 동그란 물체가 다가왔다. 아, 이게 에어척이구나. 음, 여기에 샘플을 올려놓고 코팅을 하는 거겠지. 뚜껑을 닫고 장비를 살짝 들어보았다. 집에서 가끔 드는 20키로짜리 쌀 한 부대보다 조금 가벼웠다. 딸내미를 가슴에 안듯 스핀코터를 꼭 안은 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부터 내가 이걸 잘 다룰 수 있을까. 이 장비와 함께 인생2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