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4. 발자국을 세며.

category 청춘이야기 2014. 11.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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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멍해지는 느낌으로 길을 걸을 때, 멍해짐이 너무 싫어 걸음의 숫자를 센다. 발의 보폭은 나의 일상을 닮아 불규칙적이고 퉁명스럽다.

 

  빨라진 걸음을 따라 바람이 불고, 바람은 혓바닥으로 살짝 입맛을 다신다. 부르르 몸을 한 번 떨고, 기침을 하면 이제야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을 앞두고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움츠리던 몸이 더욱 디귿을 닮아가고 있었다. 아침에는 수험생들의 걸음걸음이 온기가 되었고, 저녁이 될 무렵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손을 비비며 온기가 되었다.

 

  발자국을 세는 일은 내가 하루에 눈을 몇 번 감았는지를 떠올리는 것처럼 의미 없는 짓이다. 단지 발의 보폭을 재고 싶었고, 내가 얼마나 성장한지 조금은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겨울을 느끼고 있다는 것과 수험생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따뜻함을 느꼈다.

 

  시계는 매일같이 고정된 걸음으로 걸어가고, 나는 역행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렇게 어긋나고 싶다. 발자국의 보폭도, 크기도, 내가 사랑했던 추억들도.

 

2013. 지금이 겨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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