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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 김완수

 

 

오년 전에 허물 벗듯 훌쩍 떠난 금실네가

가을날 지느러미 찢긴 채로 귀농했다.

세 식구 돌아온 길에 자갈들이 빽빽하다.

 

땅과 마주하는 법은 손에서 놓은 지 오래

도회의 수년 배긴 굳은살이 아른거려

금실이 아버지 눈은 흙마저도 시리다.

 

지게질도 해 보고 바닥에도 서 봤다.

시골이나 도시나 아찔하긴 매한가지

온 식구 해묵은 삶은 아가미도 헐었다.

 

댐처럼 가슴이 막혀 오는 두렁의 기억

금실네는 잃어 버린 편린들을 찾기 위해

혼탁한 모랫바닥을 퍼덕거려 가야 한다.

 

 

 

[당선소감] “시조의 길을 힘차면서도 겸허히 걸을 것

 

날이 잠시 풀리는가 싶더니 하늘이 찬바람을 몰며 다시 샘을 부리던 오후, 벅찬 당선 통보를 받았습니다.

 

 들뜬 가슴을 진정시키고 지나온 발길을 가만히 돌이켜 보니 끊임없이 문학을 향해 구애를 펼쳐 온 시간의 편린들이 가지런하진 않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화석처럼 온전하고 뚜렷하게 박제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냥 차갑게 정지해 있을 것만 같던 그 편린들은 어느새 볼그레한 생기를 머금고서 저를 향해 웃고 있었습니다.

 

 구애에 대한 당장의 응답이 있건 없건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처럼 제법 의젓하게 창작이란 외로운 길을 걸어온 데 대한 묵직한 응답이었나 봅니다. 어느 누구는 눈 뜨면 변화하는 이 시대에 그 길이 고루하고 무모한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보장이 없고, 가도 가도 끝이 뵈지 않는 여정이었어도 그 길은 듬성듬성하나마 희망을 풍화되지 않는 푯돌로 놓아 주었기에 멈춰 서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거나 시대의 조류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갖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시조의 길을 힘차면서도 겸허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시조의 진득하고 웅숭깊은 맘씨를 닮아 좀처럼 봄다운 봄이 찾아들지 않는 농민과 농촌의 현실에 따스한 시선으로 더 바짝 다가가고 싶습니다. 시조의 길은 농민, 농촌의 단직한 길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당선의 기쁨을 항상 곁에서 누구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성원해 주신 어머님과 먼저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믿음에 숨결 같은 온기를 불어넣어 주신 농민신문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완수 1970년 광주광역시 출생 전북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졸업 2008년 계간지 시에신인상 수필 부문 당선 2009년 제1강원문학신인상 수필 부문 당선 2012년 제15회 재생백일장 일반부 산문(소설) 부문 장원 수상 2012년 제2회 장생포 고래 창작 동화 공모전 우수상 수상 ()학원장

 

 

 

[심사평] “흙으로 돌아가고픈 인간 본연의 숨결 잘 배어나

 

금년 신춘문예 응모작들은 농촌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그동안 여러 번 작품 대상이 되었던 역사적 사물,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농촌적·전원적 정서가 묻어나는 소재들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감동을 주며 눈길을 끌었다.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올라온 12편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은 장시간 논의를 거듭했다. 그 끝에 <아버지의 고랭지> <봄비, 맨발로 오네> <연어> 등으로 압축해서 다시 읽었다. 이들 작품은 어느 것을 선정하든 당선권에 들 수 있는 우수작들이었다.

 

 그럼에도 응모작 하나만이 당선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어 계속 반복해 정성 들여 검토한 끝에 <연어>를 당선작으로 확정 지었다. 작품 <연어>는 네수로 된 작품으로 연어가 먼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모천(母川)으로 돌아오듯,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갔던 금실네가 고향에 돌아와 새 삶을 개척하며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 흙으로 돌아가고픈 인간 본연의 숨결이 잘 배어난 작품이다.

 

 <아버지의 고랭지>는 대화체와 사투리를 섞어 생동감 있는 신선감은 주고 있으나 다소 거친 표현과 무게감에서 망설여졌으며, <봄비, 맨발로 오네>는 동시적인 분위기가 너무 짙어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앞으로 더욱 분발하여 좋은 성과 있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이근배<시조시인>, 한분순<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