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아버지의 발화점 / 정창준
아버지의 발화점 / 정창준 바람은 언제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 들었고그래서 우리의 세입은 더 부끄러웠다. 종일 담배 냄새를묻히고 돌아다니다 귀가한 아버지의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여름 밤의 잠은 퉁퉁 불은 소면처럼 툭툭 끊어졌고 물묻은몸은 울음의 부피만 서서히 불리고 있었다 올해도 김장을 해야할까. 학교를 그만둘 생각이에요.배추값이 오를 것 같은데. 대학이 다는 아니쟎아요.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생계는 문제 없을 거예요.그나저나 갈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제길, 두통약은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남루함이 죄였다.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한 것,아름답게 성형하지 못한 것이 죄였다. 이미 골목은 불안한공기로 구석구석이 짓이겨져 있었다. 우리들의 창백한목소리는 이미 결박 당해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낮은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