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홈메이트 - 천종숙
홈메이트 / 천종숙 눈꺼풀 위로 빛이 스며들었다. 티엉은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방안이 온통 하얀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늦잠을 자다니. 티엉은 당혹스러웠다. 아무래도 꿈 때문인 것 같았다. 고향 마을을 헤매는 꿈이었다. 구릉마다 낮게 엎드려 있는 카사바 밭들, 산사태로 허물어져 내린 흙담집, 긴 장대에 널려 있는 옷가지, 어른 키보다 높게 자란 바나나 나무.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 사탕수수를 든 노인, 켜켜이 포갠 바구니를 등에 진 남자, 닭을 안고 아이까지 업은 여자. 그들은 하나같이 티엉을 낯선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티엉은 돌아갈 곳도, 머물 곳도 없는 막막함에 눈물을 쏟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왜 하필이면 그런 꿈을 꾸었을까. 아무래도 하노이 여자, 중리를 만난 탓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