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키르기스스탄에는 전 세계인들이 찾는 큰 호수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호수는 대한민국 충청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크기라고 합니다.

전날 비슈케크에서 차를 타고 다섯 시간 정도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면서 펼쳐진 톈산 산맥의 모습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감탄을 내뱉으며 이동하니 어느새 이스쿨 호수의 관문 도시 발륵치에 와있었습니다. 말린 생선을 파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한국의 어촌 마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스쿨은 따뜻하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이스쿨 호수의 밑에는 온천처럼 따뜻한 물이 계속 올라오고, 위에는 차가운 물이 겨울이 되어도 얼지 않고 잔잔한 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슬라비안스키 박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수로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호수에 얽힌 전설을 말씀해주셨는데, 한 여인이 남자를 못잊어 흘린 눈물이 고여 호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바다를 보는듯한 착각마저 들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크기였습니다.

저녁 늦게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자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를 흔쾌히 수락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차가운 바람에 방한 의류를 다 착용했습니다. 아름다운 이스쿨 호수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발을 담그는 사람, 손을 담그는 사람 등 이스쿨 호수를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몸짓은 계속되었습니다.

저 멀리 호수 건너 산이 보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밑을 내려다봅니다. 속이 훤히 보입니다. 호수는 수천 년을 순수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호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오는 차안. 자꾸 호수의 향수가 지나온 흔적들을 더듬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