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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숙제 안 한 날 / 박미림

 

친구랑 둘이 남아 벌 청소 한다

하늘을 나는 대걸레

배는 점점 고파오고

대걸레 휘휘 돌리니

아하,

대걸레가 몽땅 짜장면이다

꿀꺽, 침 삼키고 바라보니

세 그릇쯤 된다

색종이로 오이 송송

단무지 한 쪽

후루룩 쩝쩝

하하하

일기 안 쓴 예찬이 한 그릇

나 한 그릇

에라, 모르겠다

선생님도 드리자.

에궁에궁

신기한 짜장면, 배는 안 부르고

예끼

선생님이 주신 짜장면 값

꿀밤 한 알

미소 한 접시.




<당선소감>


 기억해준 별똥별님 감사합니다

 

 “별똥별에게 빌어봐. 꿈이 이루어질 거야.”

 개구리가 울던 여름날 평상에서 듣던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은 종종 거짓말쟁이였습니다. 천사처럼 고운 우리 선생님까지도. 나는 더 이상 자라기를 멈추었나 봅니다. 어른 꼬마는 투덜이가 되었습니다.

 “신춘문예 응모한 박미림씨 맞나요?”

 아, 전화를 받으며 느끼는 이 떨리는 예감은?

 “당선되었습니다?”

 이건 상상의 말일지도 모릅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거든요. 펄쩍 뛰었던가도 싶습니다.

 ‘고마워요. 별똥별님!’ 40여 년 전 산골 마을 코딱지만 한 꼬마의 기도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다니? 긴 꼬리를 그리며 산 너머 사라지곤 하던. 그는 오늘 거인처럼 성큼 다가와 지친 어깨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참 오래된 약속입니다.

 별님!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노력하는 예쁜 꿈쟁이가 되겠습니다. 이제 초롱초롱한 우리 반 아가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별똥별에게 기도하렴. 그리고 물을 주고 가꾸는 거야. 꿈은 이루어진단다.’

 감사를 드려야 할 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별똥별이 되어 주신 심사위원님, 큰 병을 앓고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살림 서툰 막내딸의 밥상을 걱정해주시는 어머니, 졸병 월급 아껴 요것조것 사다주는 아들, 사랑하는 가족들, 꿈의 씨앗을 심어주신 어린 날의 선생님, 용기를 주시던 교수님, 친구들, 동료, 제자들, 문우님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약력

▶ 1964년 충북 보은 출생

▶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2001 목월문화제 시 장원
▶ 2012 문예감성 수필 등단. 저서 : 꿈꾸는 자작나무(수필)
▶ 서울 재동초등학교 교사




<심사평>


 童心의 세계… 생활 속 소재로 생동감 있게 담아

 

 전반적으로 응모작이 늘어나고 작품 수준도 향상되어 기뻤다. 하지만 동심과 시적 표현이 조화를 이룬 참신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발상과 비유가 억지스럽고 작위적인 작품이 많았고, 요즘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이 아닌 오래된 소재와 정서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지나치게 장황해서 읽어내기가 버거운 산문화된 작품들이 많다는 점도 아쉬웠다. 동시는 동심의 세계를 참신한 시적 표현으로 단순 명쾌하게 그려내야 한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최종적으로 김미경, 박지현, 김세희, 박해정, 박미림의 작품을 골라냈다. 김미경의 〈콩콩콩〉은 간결하며 리듬이 살아 있어 호감이 갔으나 흔한 소재여서 참신성이 떨어졌다. 박지현의 〈나이테 일기〉는 동시의 기법에 충실한 작품이었지만 기존 동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상이었다. 김세희의 〈살까 말까 병아리〉는 발상과 형식이 신선했다. 그런데 함께 보내온 작품의 기복이 심해 역량이 미덥지 않았다.

 박해정의 〈초승달 길〉은 이웃 간의 인정을 산뜻하고 깔끔하게 그려낸 작품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너무 단조롭고 평범했다. 박미림의 〈숙제 안 한 날〉은 아이다운 상상과 천진한 동심을 톡톡 튀는 입말로 익살스럽고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아이들의 생활 현장에서 소재를 얻어 구김살 없는 천진한 아이의 행동과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한 점에 호감이 갔다. 아이의 말과 목소리로 아이 마음을 유쾌하고 실감 나게 그려낸 점도 미덕이었다. 천진한 동심과 아이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품어주는 선생님의 사랑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이었다.


심사위원 : 이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