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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엄마의 마음 / 김대성

 

나사못이

나무를 뚫고

들어갑니다

한 바퀴

두 바퀴

빙글빙글 돌다가

더는 돌 수 없어

딱, 멈춘 곳에서

나무가

나사못을 안아줍니다

꼬옥

안아줍니다 





<당선소감>


 마음 속 쇳덩어리에서 피어난 꽃

 

 남자는 우는 거 아니라고 엄마가 그랬는데 당선 전화 한 통화에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글썽, 맺히고 말았습니다. 꿈 같은 소식. 돌이켜 보면 지난 17년 동안 광양 제철소를 다니며 쇳덩어리만 보고 지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마음속까지도 쇳덩어리를 얹어 놓은 듯 무거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지쳐 갈 때쯤 우연찮게 동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를 만난 순간 내 안에 있던 아이가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웅크려 있던 아이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김수희 선생님께 가장 고맙습니다. 또한 17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지낸 광양 제철소 직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쇳덩어리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스스로에게도 감사합니다. 끝으로 글 쓰는 일을 오랫동안 결사 반대했던 아내 천순화에게도 이렇듯 통쾌하게 복수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두 아들 상엽, 상진이와도 이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 약력

▶ 전북 남원 生

▶ 광주보건대학 전산정보처리과 졸업




<심사평>


 깊은 생각에서 태어난 따뜻한 동시

 

 예심을 거쳐 본심위원에게 올려준 작품은 15편으로 두 심사위원은 각각의 작품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당선 후보작으로 5편을 골랐다.

 `소나기(나동하)'와 `어떡하지(주하)'는 동시의 맛을 살려내는 재미성이 돋보이며 단순 명쾌성이 주목되었으나 자기 목소리가 보이지 않았다. `난로 위 주전자(남정률)'는 생활 속의 평범한 사물을 가지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 좋았으나 작품 수준이 고르지 못했다. `돌맹이 가족탑(김명희)'은 함축이나 은유는 빼어났으나 내용은 신선하지 못했다. `엄마의 마음(김시원)'은 시를 써온 내공이 보이며 보내온 작품의 수준이 골고루 높아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깊은 사유에 의해 태어난 따뜻한 생각을 주는 이 동시가 어린이들에게 좋은 새해 선물이 될 것이다.


심사위원 : 이화주·이창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