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 신춘문예의 화려한 결말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1. 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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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2일자 신문에는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실렸다. 환호 하는 사람,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올해 신춘문예에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최연소 당선자는 경인일보 시부분의 이승혁(93)군이다. 이군의 시를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잠 못 이루는 잔별들이 풍덩 깊은 우물 속으로 빠져드는 밤 / 할미의 쇠잔한 잔기침을 받아내는 밤안개가 / 처마 끝에서 너울지며 유영하고 있었지 / 빨랫줄에 걸린 물때의 온기가 자정을 적실 때면 / 어린 나의 입 속으로 곶감같은 어미의 숨결이 아득하게 쏟아졌었지 / 위태로운 유년을 닮은 초승달이 / 내 여린 이마를 가만히 보듬고 가곤 했지 / 바다의 능선을 타고 돌아오던 메아리가 / 어린 치어들을 깨워놓고 산 그림자 속으로 흘러가던 날 / 두레박을 혼자 끌어올리자 변성기의 새벽들이 사춘기처럼 찾아왔지 / 할머니, 내 울대의 잔별들이 사라졌는지 / 우물에선 맑은 목소리가 올라오지 않아요 / 누군가 머릿속에 방생한 악몽들만 짜디짠 입가를 헤엄치고 있어요 / 줄이 끊어진 두레박은 우물 속 깊이 가라앉았고 / 전설들 두레박을 기울여야 또다른 힘을 얻던 유년의 꿈들도 / 더는 담겨지지 않아요 / 얘야, 네 어미의 바다는 새벽시장 마른 비늘의 궤짝들 틈이란다 / 횟속 깊이 박힌 몇 개의 미늘과 목젖을 열 때마다 / 아아.. 말이 되지 못하는 실어증의 힘으로만 너를 낳았단다 / 그렇게 할머니의 유언이 몇줌 두레박 속의 전설로 담겨지는 사이 / 어머니의 바다 더 깊은 궤짝들 틈으로 실종되었고 / 지금은 어떠한 우물거림으로도 씹히지 않는 먼먼 날들의 그 바다

  고등학생이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풍부한 감수성으로 아름다운 시로 당선이 되었다. 최연소가 있다면 최고령의 당선자가 있는 법이다. 최고령의 당선자는 매일신문 동시부분의 당선자인 권우상(41년생) 할아버지시다. 권 할아버지의 당선작은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날마다 지시던 / 손때 가득 묻은 지게가 / 마당 한쪽 구석에 / 그림처럼 놓여 있습니다 / 자나 깨나 논두렁 밭두렁 / 분주히 오가며 / 삶을 퍼 담아 나르시던 / 아버지의 지게 / 지금은 먼 나라로 가신 / 아버지의 모습과 고단함이 / 지게에 담겨 있습니다 / 휘청거리는 두 다리를 / 작대기 하나에 기대시고 / 안개 자욱한 새벽길 나서시며 / 흙과 함께 살아오신 아버지 / 억척스럽게 산더미 같은 / 소먹이는 풀도 베어오시고 / 마늘과 풋고추, 생강도 담아 / 우리들을 길러내시던 / 아버지의 땀방울 맺힌 지게 / 고향의 따스한 정을 받으며 / 지난날들의 뒤에 서서 / 아버지의 지게는 / 오늘도 나를 반깁니다.’

  정말 예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훌륭한 작품이다.

  다음의 한 카페에서 신춘문예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특별회원이 되었다. 신춘문예라는 큰 시험을 1년 동안 준비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는 나 또한 작품에 있어선 떳떳해야 했다.

  신춘문예를 위해 수년 동안 글을 쓴다는 사람들. 그들에게선 깊은 문학의 향이 느껴진다. 당신의 마음에 담아 둔 이야기들을 글로, 문학으로 풀어내보는 건 어떨까. 시대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정신과 이성을 발전시키는 것은 문학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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