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 낯선 경찰관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10. 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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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사는 아이들과 시장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한국어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는데 다섯 명쯤 되는 무리 중 한 명이 저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당황해서 아이들에게 눈치를 주니, 그냥 무시하고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쳤는데, 아이 한 명이 그 사람들에게 붙잡혔습니다.

 

  대낮에 그것도 사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붙잡히니 약간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할 줄 모르니, 아이들이 이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경찰이었다고 합니다. 외국인으로 의심이 되면,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한답니다. 만약 여권이나 이곳 어학원이나 대학에 다닌다는 학생증이 없으면 벌금을 부과하단다고 합니다. 특히 혼자일 경우, 다짜고짜 차에 태워 경찰서에 데리고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선 여행객이 지갑을 펼칠 때, 지갑에 든 돈의 액수를 확인하고 자기 마음대로 돈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저는 하필 어학원 학생증을 챙겨오지 못했고, 아이들 또한 여권을 챙겨오지 못했습니다. 경찰로 보이는 남자들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아이들 중 여자 애가 겨우 사정을 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한 번 겪고 나니 시장에 가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제 한국말도 조심해서 해야겠습니다. 이곳이 아직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이런 경찰들 모습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