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 복잡한 키르기스스탄의 문서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10. 8. 22:31
728x90

  오늘은 제가 앞으로 수업을 하게 될 대학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 시작 시간이 오전 10시부터니 어학원 수업은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 셈입니다.

 

  저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문대학 안에 있는 어문계열 중 한국어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어, 중국어, 우크라이나어, 아랍어 등 15개국 15개 언어가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보니 교수님들도 꽤 많으십니다.

 

  회의의 시작과 끝은 러시아어였습니다. 한창 기초를 배우고 있는데, 러시아어가 자연스럽게 들리긴 만무하고, 신세대들이 흔히 말하는 멘붕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리고선 제 앞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순백의 A4 1장이 주어졌습니다.

 

  이게 무엇인지 한창을 뚫어져라 봤습니다. 옆에 교수님들의 모습을 곁눈으로 보니, 계약서나 서약서쯤으로 보이는 내용을 적고 계셨습니다. 한국 같으면 해당 과목의 교수가 읽어보고 사인만 하면 끝일 건데, 여기는 일일이 적어야 된다는 점이 참 기가 막히더군요.

 

  러시아어를 잘 적지 못하는 저는 결국 조교로 보이는 학생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함께 사는 동생들에게 얘기를 해주니, 이곳은 원래 이렇게 문서처리를 한다고 합니다. 시청, 우체국 등 모두 느긋하게 일을 하고, 일일이 손으로 적어야 되는 문서가 대다수라 합니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을 생각하면 이 또한 발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