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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개가 있다-송승원

 

 

당찬 야성 내려놓고 발에 익은 길을 따라


날갯짓 접어둔 채 뒤뚱거린 몸짓으로


달뜨는 도시의 하루 쪼고 있는 도도새*


날아 오른 시간들을 깃털 속 묻어 두고


쿵쿵 뛰는 심장소리 뉘도 몰래 사그라진


그만큼 섬이 된 무게, 어깨를 짓누른다


화석에 든 아이콘이 무젖어 말을 건다


푸드덕 홰를 치는 한 마리 새 나는 행간


앙가슴 풀어헤친 채 물음표를 집어 든다

 

* 도도새 :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서식했던 새. 천적이 없어 날개가 퇴화돼 날지 못하다가 1505년 포르투갈인들이 포유류와 함께 이 섬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멸종됐다. 현실에 안주해 변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을 ‘도도새의 법칙’으로 비유해 일컫기도 한다.

 

 

 

◆ 당선 소감 부단한 담금질… 새는 날개가 있다

 

 

  우리는 때로 새였던 시간을 잊어버린 채 힘껏 날 수 있었던 잠재력을 망각하며 지내는지도 모릅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은 어디에 두고 세상이 어려울 때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하는 현실을 만나곤 합니다. 그러다 도도새처럼 도태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새는 날개가 있다’를 주제로 시상을 이끌어 내려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형시인 시조로 많은 사유와 사고를 담고 녹여낸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웃음을 잃어버린 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면서 번민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가슴에 쌓여있는 울컥거린 그 무엇을, 3장 6구라는 시조의 장르에 풀어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적 이미지와 형상화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많은 날을 고민하다 하는 수 없이 응모를 했습니다. 이런 저의 설익은 글을 이렇게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관형사를 덧입혀 되돌려 주신 매일신문 관계자와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나태하지 말고 더욱더 분발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부끄럽지 않게 선배님들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아울러 늘 독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교수님과 문우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또한 시조를 쓰도록 시간을 할애해 준 아내와 묵묵히 아빠를 응원해 준 우리 두 아들에게도 이 기회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약력

▷1956년 출생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졸업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강사  

 

 

◆ 심사평…멸종한 새 통해 활달한 상상력·역동적 이미지로 삶 성찰

 

  시조는 정형시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형식을 지키는 것이다. 시조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형식이 정제된 것은 우리 정서를 나타내는 데 적합한 형식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형식이 전통을 가진 것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것만을 담는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를 줄인 말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 뜻이 오늘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이 명칭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도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당선작을 뽑는 범박한 기준으로 삼았다.

  일차로 7명의 28편을 뽑았다. 그중에서 한 사람의 작품은 당선 경험이 있는 작품이었고, 또 한 사람은 근년의 신춘문예에서 최종심까지 오른 작품이었다. 그러나 최종심에서 심사자가 작품에 대해 미흡한 점을 지적했지만 그것이 수용되지 않고 제목을 바꾸어 응모된 작품이라 제외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머지 세 분, 한경정의 '겨울 과원을 지나다'외 2편, 장윤정의 '0시의 녹턴'외 3편, 김경순의 '가을 쉼표'외 3편은 모두 깔끔한 작품들이었다. 시조에 대한 열정이 묻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감성에 기대었고, 비교적 관념 노출이 빈번한 점이 아쉬웠다.

  나머지 이한의 '산수화에 대한 소견' 외 4편과 송승원의 '새는 날개가 있다' 외 3편을 두고 거듭 읽었다. 이한의 작품은 소재가 그림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고, 나름대로 개성적이었다. 그러나 송승원의 작품이 가진 소재의 다양성과 깊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따라서 송승원의 '새는 날개가 있다'를 당선작으로 올린다. 날개가 퇴화되어 날 수 없었고 결국 멸종해 버린 도도새를 통하여 활달한 상상력과 역동적인 이미지로 우리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한 점을 높이 샀다. 우리는 늘 의문부호를 찍으며 산다. 그 의문부호 하나 선명하게 찍은 작품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아깝게 선에 들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문무학(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