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최소] 쉿! / 고은희
쉿! / 고은희 아득한 하늘을날아온 새 한 마리감나무 놀랠까봐 사뿐하게 내려앉자노을이 하루의 끝을 말아 쥐고 번져간다욕망이 부풀수록 생은 더욱 무거워져한 알 홍시 붉디붉게 울음을 터트릴 듯한 쪽 눈 질끈 감고서 가지 끝에 떨리고쉬잇! 쉬 잠 못 드는 바람을 잠재우려오래 전 친구처럼 깃털 펼쳐 허공 감싼다무너져 내리고 싶은맨발이 울컥,따뜻하다 "-" 얼마 전 이사를 했다. 실개천이 게으름을 부리며 저수지로 흘러드는 곳이다. 그 길 따라 개암나무와 인동덩굴이 뒤엉켜 산다. 이곳에서 나는 불교의 연기법칙을 생각했다. ‘존재를 믿는 사람은 소처럼 어리석다. 그러나 존재를 믿지 않는 삶은 이보다 더 어리석다.’ 이것은 곧, 자아는 우주 속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 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