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우체통 / 김미경
우체통 / 김미경 고민이 있어요.들어주실래요?예전엔 하루에만 수백 통의 편지를 먹던 때가 있었어요.연말이면 정말 배탈이 날 지경이었어요.나를 찾는 사람은 아이에서 어른까지 구별이 없었답니다.거리에서도 제일 돋보였거든요.요즘도 더러 배부를 때가 있긴 해요.다닥다닥 숫자 찍힌 세금 종이들홍보 선전 우편물이 주르륵아무리 뱃속을 가득 채워도삐뚤빼뚤 쓰인정 담뿍 담긴 편지 한 통이 훨씬 맛 나는 것 같아요.후덥지근한 여름이건쌀쌀한 겨울이건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들이면 그저 행복했었죠.갈수록 힘이 빠져요.찾는 사람은 점점 줄고쪼르륵 배곯는 날만 늘어나니 말이에요.거리에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자꾸만 외롭답니다.이러다 영영 잊히는 건 아니겠죠? -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가 연달아 찍혀 있었다. 평소처럼 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