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왕발 거인 / 송태고
당선작> 왕발 거인 / 송태고 “아이고, 아직도 이런 달동네에 집이 있어.” 우리가 살던 집은 달동네에서도 꼭대기 층에 있었다. 이삿짐을 옮기는 아저씨들은 투덜대셨지만, 나는 이 달동네를 떠나는 게 아쉬웠다. “달을 제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동네야.” 친구들이 계단이 많은 동네에서 산다고 놀렸을 때, 아빠가 해준 말이었다. 그동안 달과 함께 쌓은 추억이 많았는데, 한낮에 이사하는 바람에 달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도배랑 장판이 많이 낡았는데…….” “어차피 지하 방이라서 도배나 장판이 금방 떠. 대신 애들 낙서해도 내가 뭐라고 안 할게.” 새로운 집은 예전 집과는 달리 계단이 딱 열 개뿐이었다. 엄마는 이 집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나는 예전 집에 비해 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