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공존 / 김슬기
당선작> 공존 / 김슬기 형님, 오늘을 넘기기 어렵답니다. 승환의 처가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회신을 보낼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러지 못하고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주방으로 향했다. 물 끓는 소리가 들린 지 꽤 되었다는 생각에서였다. 커피포트는 마트에서 처음 일하게 된 날 세일 품목에 있어 샀던 것이었다. 소비자 정가 5만 원, 세일가 2만 9천 원. 내일은 없어요, 이 가격! 조바심이 났다. 그 길로 커피포트를 사서 퇴근길에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첫 월급을 받을 즈음, 커피포트는 초특가 파격 세일을 해 2만5000원이 되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고작 그런 것 하나 맞추지 못하고 사는 나 자신이 싫었다. 4천 원을 손해 본 커피포트는 꼬박 8년 동안 제 몫을 성실히 해내고 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