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옥수수 일기장 / 강복영
화단 / 김영경 옥수수는 매일매일 일기를 썼습니다 연필을 꾹꾹 눌러서 쓰듯 그렇게 또박또박 썼습니다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던 일, 주룩주룩 쏟아지던 비 흠뻑 맞던 일 종일 바람과 씨름하던 일, 뻐꾸기가 찾아와 노래 불러 주던 일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던 일, 반딧불이가 꼬마전구 켜 주던 일 달밤에 부엉이가 무서운 이야기 해 주던 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온 일기장,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적었겠지만 분명, 군데군데 이빨 빠지듯 빈 곳이 있을 겁니다 애벌레가 사각사각 읽어보고 간 곳 산비둘기가 콕콕콕 읽어보고 간 곳 "이제 출발점…좋은 동시 쓰기에 정진할 것" 고장 난 보일러를 걱정하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모르는 전화번호가 떴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받았는데 뜻밖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것저것 묻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