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02. 궁궐을 거닐다.

category 청춘이야기 2014. 12. 2. 07:00
728x90



  높은 빌딩 숲에 가려진 궁궐을 거닐 때면, 나는 궁인이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일반인 신분으로는 꿈도 못 꾸었을 궁궐을 거닐며, 나는 쓸쓸한 조선왕조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세월은 덧없음을 낳고, 사람들은 과거를 쉽게 기억에서 지운다. 현실이 중심이 된 사회는 빠르게 달려갈 것과 최고가 될 것을 요구했고, 사람들은 기계처럼 사회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궁궐 주위에는 빌딩 숲이 생겼다.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과 풀벌레 소리보단 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와 운전자의 짜증 섞인 경적만이 빈 허공을 맴돌다 궁궐 위로 떨어졌다.

 

  조선은 허망하게 무너졌고,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주변 환경도 변해갔다.

 

  내가 지금 조선의 궁궐을 거닐며, 옛 조선을 떠올리는 이유는 조선의 왕조가 아쉬워서도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 싫증나서도 아니다. 단지 궁궐을 거닐면서 시멘 길을 걷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에 잠시 뒤를 돌아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13. 조선 궁궐.


'청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12. 04. 돌탑.  (0) 2014.12.04
2014. 12. 03. 꼬치요리.  (4) 2014.12.03
2014. 12. 01. 철장 속 원숭이.  (0) 2014.12.01
2014. 11. 30. 아이스크림은 핥아야 제 맛.  (0) 2014.11.30
2014. 11. 29. 얼어버린 강.  (0) 201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