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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섰다.

이곳에 온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아직 이 나라를 잘 모르겠다.

어디가 어딘지, 그만큼 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다.

몇몇 사람들은 여행과 거주해서 사는 것은 다르다고 하지만, 그게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

거주하며 사는 것도 여행처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꿀꿀한 기분이었는데, 아는 분의 권유로 수도 비슈케크 외곽에 위치한 썰매장으로 이동했다.

알라-아르차와는 다른 방향의 길.

이쪽은 처음이었다.

펼쳐진 설산들을 보니, 마음이 시원하다.



차들이 많이는 다니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수백년전에는 많은 상인들이 오가던 이길을 나는 자동차로나마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썰매장이라고 간판을 붙여놓거나 영업을 하는 곳은 아니다.

아무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당나귀를 탄, 한 소년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선 '바이케' 라며 소리를 지른다.

바이케는 우리말로 오빠, 형 등을 높여부르는 말이다. (버스기사 아저씨 등에게 흔히 쓰는 말이다.)

내가 중국인으로 보였는지, 중국어로 막 뭐라한다.

결국은 썰매를 탈 수 있는 도구를 대여해주겠다는 얘기다.

비용은 1시간에 대략 200솜(우리돈 4000원 정도)이다.



딱히 썰매를 타야되는 곳이 정해져있지 않다.

이산 저산 아무곳이든 썰매타는 용품만 있다면,

그 어느곳도 좋은 썰매장이 된다.



길을 중심으로 좌, 우

모두 진짜 눈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썰매장인 셈이다.



썰매용품을 대여해주고자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



흥정을 하면, 할 수 있다.

물론 하나를 대여한다하고 흥정한다그러면 절대 안해주겠지만.



이 소년이 자꾸 나에게 접근해, 대여해주겠다고 말을 걸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같이 온 일행들이 있어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곳이 사람들이 많이 타는 썰매장이다.

사람들이 많이 탔는지 저렇게 길이 만들어져있다.




힘차게 내려온다.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꽤 경사가 있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어려보이는 한 소년은 위험하게도 앞으로 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곳은 너무 아름답기만 하다.



속이 후련하다.



왜 키르기스스탄을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하는지.

이런 풍경들을 보면, 새삼 느낀다.



썰매로 힘차게 내려갔으면, 다시 올라와야 된다.

하지만 그 과정마저도 행복해보인다.




나도 썰매를 타봤는데,

한국의 썰매와는 느낌이 다르다.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꽤 멀리 미끌어지기도 한다.

한국의 부모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본인의 자녀들을 쉽게 썰매 태우진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니 차들이 제법 다닌다.



좀 더 위에 올라가니, 이런 풍경이 나를 반긴다.




다시 내가 키르기스스탄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뒤늦게 등장한 썰매 용품을 파는 아저씨 등장.

멋있게 말을 타고 등장했다.




돈을 주면, 말도 탈 수 있다.

수백년전의 실크로드의 모습이 떠오른다.



앞서 찍은 사진이 DSLR이라면,

지금부터는 디카로 찍은 사진들이다.

DSLR로 찍는 것이 서툴러, 디카로 찍은 사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 폭의 그림같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곳이다.



꼬마는 썰매가 재밌는지,

오르고 또 오른다.




가족들, 친구들, 모두 어울려 즐기는 모습.

비싼 돈을 주고 즐기는 스키 보드 등의 스포츠보다

더 값져보인다.



이곳에선 뜨거운 차와 시원한 물들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저렇게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차를 말이다.






대략 썰매장의 전체적인 모습인 이러하다.



사람의 발자국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을 태우고 수없이 오갔을 말의 발자국들이 뚜렷히 보인다.



누군가 새겨놓은 눈위의 글자들도 보인다.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의 겨울.


1월 19일.

분명 내가 본 건, 키르기스스탄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