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전자레인지 / 이한솔
전자레인지 / 이한솔 자기 전엔 늘 종말을 생각한다. 갑자기 지구가 펑 하고 터지는 것 말고, 불행이 해일처럼 닥쳐서 평생 머릿속에 새기며 살던 미래 계획이나 주택 청약 따위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일단 미친 듯이 뛰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상황들. 나는 방 안에 이불을 구겨 안고 웅크려 누워 있다. 만약 그땐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린다. 몇 번을 뒤척인다. 모로 돌아누울 때는 끙, 소리가 나오다가 정자세로 다시 누울 때는 한숨이 비집고 나온다. 상상 속의 내가 도망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웨엥, 웨엥, 웨엥. 날카로운 음이 울린다. 정말 지구의 폭발을 경고하는 것처럼 울리는 이 소리는 사실 알람이다.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 이만 일어나야 한다. 차라리 종말이 들이닥쳤으면 좋겠다. 얻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