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영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문 / 정영서
문 / 정영서 아내가 나가자마자 거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힌다. 걸쇠가 흔들린다. 도둑이라도 들면 큰일이다. 드라이버를 찾아 걸쇠의 나사를 조인다. 현관에서 방까지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물건들 위로 햇볕이 내리쬔다. 아내가 모든 소리를 쓸어가기라도 한 걸까. 집 안은 태풍의 눈처럼 조용하다. 정적 속으로 소리들이 침투한다. 시계초침 소리, 냉장고 소리, 장롱이 몸을 뒤트는 소리. 점점 드세진 소리들이 바보, 등신이라고 나를 비웃는다. 소리는 소리로 몰아내야 한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컴퓨터를 켠다. 서둘러 하쿠나마타타 게임을 실행한다. 메인 화면이 열리며 집 안은 다른 소리들로 채워진다. 새 소리, 바람 소리, 풀잎 스치는 소리. 아프리카 초원을 서성이는 얼룩말들을 보며 자연의 소리를 몸 가득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