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 잠든 목소리를 다시 듣다.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1. 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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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면 늘 하는 버릇은 편지를 읽는 겁니다. 지난번에는 정리만하고, 오늘에서야 편지를 읽어봅니다. 편지를 주고받던 버릇은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영향 때문입니다. 사랑의 우체통을 만들고, 편지를 배달하는 사람도 학급에서 다 정했습니다. 매일매일 편지를 쓰고, 그 편지들을 우체통에 넣으면, 다음 날 당번이 편지를 아이들에게 전달해줍니다.

철없이 친구들과 싸우고 난 후, 눈치를 보며 사과를 미루기는 일이 잦았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우체통으로 직접 말하기 어려운 말들을 함으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편지는 말로 하지 못한 것들을 해결해주는 큰 힘을 지녔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선생님들께도 편지를 쓰고, 전학 가는 친구에게도 편지를 쓰며, 답장들이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군대 가는 친구들에게도 편지를 쓰다 보니, 편지가 많이 쌓였습니다. 그 시절, 제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질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때의 일들을 떠올린다는 일은 저에게는 소소한 행복입니다.

한 동안 편지를 쓰지 않았는데, 군대 간 후배 녀석 때문에 다시 펜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 통의 편지가 군인들에게는 따뜻한 손난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까지 편지를 미룬 일이 맘에 걸립니다.

어떤 목소리로 말해야 될까 고민입니다. 말과 글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글로써 사람의 마음을 읽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소설이나 수필, 편지 등이 아직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아직 글이 살아있다는 증거 같습니다.

편지지를 간질이는 펜촉처럼, 이 겨울 따뜻한 편지로 웃음을 선물하고 싶은 날입니다. 기침보다는 웃음으로 이 겨울을 녹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