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 배추부침개

category 청춘이야기 2012. 6. 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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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엄마가 해준 부침개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같이 자취하는 친구를 데리고 근처 마트로 향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곧장 실행에 옮기는 버릇은 취사병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인 것 같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마트에는 사람들이 붐빕니다. 시끌벅적한 마트에서 배추 한포기를 들고, 밀가루와 부침가루를 삽니다. 오늘의 메인요리인 배추부침개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배추부침개는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시던 요리입니다. 제 고향인 영주에서는 제사상에 꼭 배추부침개를 올려놓습니다. 배추의 달달한 맛이 환상적인 그 맛은 같은 경상도인 마산에서도 향수병을 걸리게 합니다.

 

배추부침개를 구울 때, 부침가루와 밀가루가 적절히 섞여야 바삭하고 맛있다는 얘기는 엄마에게 배웠습니다. 그 비법 때문인지 모꼬지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들어진 배추전은 늘 엄지손가락을 세우가 만듭니다.

 

마침 오늘은 햇배추를 할인하는 날입니다. 즐거운 마음에 배추를 옆구리에 끼고 집으로 향합니다. 달구어진 팬에 밀가루와 배추를 살포시 얹어 놓습니다. 저는 겉에 있는 배추는 잘 버리지 않습니다. 룸메이트는 겉배추를 버리라고 난리지만, 시골에서 자란 저는 겉배추의 맛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골 장터에 여러 어른들께서 떨어진 배춧잎을 주워 맛있게 구워 드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지난 시절, 떨어진 배춧잎도 밀가루와 만나 환상적인 요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바삭한 배추전 덕분에 젓가락이 계속 갑니다. 비가 오면 딱 좋겠지만, 기름과 함께 지글지글 익어가는 전소리가 있어 행복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