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유향나무, 탐라에 서다 / 이선호
유향나무, 탐라에 서다 / 이선호 추레한 낯꽃들이 작은 배로 몰려든다 와글대는 무리, 무리, 놉으로 팔려가고 댓바람 유향乳香을 싣고 품 넓은 옷 추스른다 서귀포항 찰진 목새 다목다리 헹궈낼 때 곱지 않은 눈길 너머 타관 땅, 타향 밥에 캐러밴 젖은 눈자위 무비자로 울고 있다 빗기雨期에 젖은 하늘 소름 돋는 겨울 냉기 포장박스 한뎃잠에 뼈마디 죄 욱신거리고 허옇게 버짐 핀 얼굴 몸 비비며 버팅긴다 내전으로 움츠러든 갈맷빛 잎새 하나 이에 저에 떠밀려서, 탐라까지 떠밀려서 꽃망울 만개할 봄날 오돌오돌 기다린다 "이제 출발선, 힘찬 항해 시작하겠다" 일요일은 종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느라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집에 와서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낯선 번호가 있었다. 지역번호 064. 누굴까? 순간 머리가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