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로로 - 김성호
로로 / 김성호 나는 너에 대해 쓴다. 솟구침, 태양의 계단, 조약돌이 되는 섬; 깊은 수심에 가라앉은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나는 너를 잊곤 한다. 로로, 네 빛깔과 온도를 나는 안다. 네 얼굴이 오래도록 어둠을 우려내고 있는 것을 안다. 더 이상 깊지도 낮지도 않은 맨살 같은 나날을 로로, 나는 안다. 네가 생각에 잠길 때 조금씩 당겨지는 빛과 무관한 조도를 안다. 마음에 마음이 부딪혔다. 소리가 났다. 그쯤은 네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어서 내 망각은 너의 미래에서 쑥쑥 자란다. 마을은 물에 잠기고 고통은 가장 가볍다. 로로, 내 한 살 된 부엉이를 로로라 부를 때 날개에 대해 적고 싶은두려움도 모른 채 쿵쾅이는 마음을 너는 알까? 여긴 쓸려갈 거야, 온 마을의 고양이가 낮 동안 밋밋하게 비상하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