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우리 사회의 벌거벗은 생명에 관하여 - 이승현
우리 사회의 벌거벗은 생명에 관하여 / 이승현 영화 '한공주'를 중심으로 1. 투사되는 불편함, 불안 또는 공포 불편한 듯, 무심한 듯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소녀를 둘러싼 어른들이 보인다. 깍지 낀 손을 꼭 맞잡은 소녀는 고개를 들고서 한 마디 한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내내 어둡던 화면이 소녀의 얼굴을 비추는 순간 환해져서일까. 소녀의 말에 왠지 믿음이 가지만, 소녀는 이내 짐을 싸고 있다. 영화 의 시작은 이렇게 한 소녀가 강제로 전학을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딘가 답답할 정도로 조용하게 시작한 영화는, 고장 난 선풍기의 회전 소리, 캐리어의 바퀴 소리, 스테이플러 찍는 소리까지 미묘한 소리로 불편함을 조장한다. 그것은 소녀의 것인지 관객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내 소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