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밤의 소리 - 문서정
밤의 소리 / 문서정 나는 밤에는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밤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가령 마른 잎사귀와 마른 잎사귀들이 바람에 부딪혀 가랑가랑한 기침 같은 소리를 내는 것, 느티나무 둥치에 매달려 있던 매미가 허물을 벗는 소리, 눈송이들이 철 대문 위로 싸그락, 싸그락 내려앉는 소리, 육중한 트럭이 차도 위로 달려드는 고양이를 밟고 지나가는 소리, 양탄자처럼 납작해진 고양이가 차도 위에서 마지막 신음을 내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나는 왼쪽 귀가 없다. 귀가 있어야 할 곳에 수박씨만한 작은 구멍만 있다. 벽을 마주보고 모로 눕는다. 나는 어둠 속에서 팔을 뻗어 손바닥으로 벽을 더듬는다. 작고 돌올한 것들이 만져진다. 베이지색 바탕에 노란색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