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 유영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 유영은 주말에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에서 조안의 영혼을 본 것 같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너는 거기까지 가서 술을 얼마나 퍼마신 거냐고 물었다. 미키 귀가 달린 귀여운 컵에 생맥주를 팔길래 딱 한 잔만 마셨다고 하니 주정뱅이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너희 언니가 리지랑 있을 때는 절대 마시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언니가 리지랑 있을 때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사항은 음주 외에도 많았다. 욕하지 마라, 에이씨 소리도 안 된다, 소리 지르지 마라, 인상 쓰지 마라, 업어주지 마라, 칭얼거림의 전부를 받아 주지 마라. 리지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언니는 가족 단톡방에 당부의 말을 장문의 카톡으로 올렸다. 엄마, 주희야, 항상 고맙고 미안한데,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