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산책 / 차수현
산책 / 차수현 환상적인 날씨입니다 혀 내밀고 내달리기에 나는 줄을 당겨 바람을 가릅니다 간신히 기어 나오는 웃음 좋은 날입니다 죽어가는 사람 목줄 채우기에 느껴봐 온통 살아 있는 것 투성이야 냄새만 맡아도 꿈틀대는 흙, 돌, 풀, 눈 뜬 벌레, 죽은 자의 혀가 잘린 그림자, 산 사람의 입을 뗀 발자국 그곳에서 영靈을 찾는 발자국 발자국들 천사 같은 아이들이 하나둘 따라붙어 나팔을 붑니다 터져버릴 풍선 같은 주인 여잘 놓칠세라 나는 줄을 힘껏 당깁니다 봄눈의 생사가 움찔대는 건 입춘이 지나서라지 마지막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노파가 말합니다 검은 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새 한 마리 보입니다 검은 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눈 한 알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한 ㅁ ㅗ 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