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유랑의 밤 - 한인선
유랑의 밤 / 한인선 태어난 지 두 달 된 새끼 고양이는, 밤색 털에 유리구슬 같은 밤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나의 밤색 눈과 고양이의 밤색 눈이 딱, 마주쳤다. 나는 길게 묶은 내 머리카락의 끝을 모니터에 갖다 댔다. 같은 색. 고양이의 밤색 털, 나의 밤색 머리카락. 그때부터 밤이는 나의 식구였다. 같은 색의 털, 눈동자를 가진. 서울로 지역을 좁히면, 밤이는 나의 ‘유일한’ 식구였다. 나는 밤이와 내가 서로 더 닮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야, 이 썩은 밤아, 저리 꺼져!” B는 280밀리미터의 거대한 발로 옷더미 위에 올라가 있던 밤이를 밀어냈다. 밤이도 끼아옹 소리를 내며 털을 곤두세웠지만 곧 B의 발에 걷혀 옷더미 위에서 떨어졌다. “그러지 말라고. 아직 애기란 말이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