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결여의 존재론 - ‘나’의 상실에 이르기까지(김숨 소설 읽기) / 강보원
결여의 존재론 - ‘나’의 상실에 이르기까지(김숨 소설 읽기) / 강보원 1. 흔히 근대를 주체가 탄생한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탄생의 유일한 무대는 비극이다. 탄생이란 곧 탄생 이전의 세계로부터 추방됨을, 그리고 이전까지 속해있던 세계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근대란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게오르그 루카치, 『소설의 이론』, 박성완 역, 서울 : 심성당, 1998, 25쪽)과 “별들이 발하고 있는 빛”(위와 같은 곳)을 이어주던 탯줄이 끊어진 이후의 어떤 곳이다. 세계는 차가운 법칙과 우연의 편에 서고, 눈앞에서 타오르는 촛불은 저 먼 하늘의 별만큼이나 내게서 동떨어져 있다. 근대 이후의 인간에게 세계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무 의미도 감정도 없는 무심한 손길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