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강성오 / 그림자놀이
그림자놀이 강성오 1. 딱! 죽비로 내리치는 듯한 짧고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천장에 매달린 중앙 조명에 불이 들어온다. 바라, 징, 대금으로 연주한 곡이 흘러나온다. 무대 오른쪽 구석에 서 있는 만석중인형 옆으로 연희자가 잔뜩 고개를 숙이고 느릿느릿 등장한다. 양손에, 분홍색 종이 연꽃을 든 연희자가 조명 아래 다소곳하게 자리를 잡는다. 눈부시게 밝은 빛줄기가 무겁게 연희자를 짓누른다. 마치 정수리에 물 폭포를 맞는 사람처럼 고개를 내리 꺾고 서 있다. 연희자는 하얀 장삼에, 가슴에서 엉덩이에 이르는 폭넓은 붉은 띠를 두르고 노랑, 파랑, 녹색 대령을 목에 걸쳤다. 연꽃이 그려진 각진 고깔을 머리에 썼다. 연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아니, 저분은? 아버지다. 입술에 붉은 립스틱을 두툼하게 바르고 얼..